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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있고 2층짜리 건물이야.
햇빛은 항상 비쳐. 정말 환상적이지.

내가 이 집을 짓기 위해 이 인생을 다 쏟아 부었어.
잘 모르지만 어느 정도 집 지을 줄은 안단 말이야.

다른 집도 그렇듯이 우리 집에도 초인종이 있어. 카메라도 달려 있지.
카메라는 다 비춰주지 않지만 문 앞에 서 있으면 얼굴은 볼 수 있어.
사람들이 우리 집을 찾아왔을 때 감탄하길 바라. 이 집은 어떻게 지었지? 장난 아닌데?

난 그저 방 안에 앉아서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거야.
마지 못해 들여보내주는 사람, 문 앞까지 달려 나가 맞아줄 사람, 집 안에 없는 척 해야할 사람.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있기는 있어.

저번에는 한 번 밖으로 나가봤지. 그때 알았어. 저 햇빛은 나만을 위한 건 아니구나.
사람들은 서로 서로 만나며 웃고 있었어. 행복해 보였지.
난 그들 사이에 끼질 못 해. 사실 모르는 사람은 아니야.
날 힐끗 보는 사람들 시선이 가끔 느껴져. 하지만 이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어.

난 내 볼 일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열쇠는 항상 내 주머니에 있지.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준 적도 있어.
난 그 열쇠로 우리 집으로 알아서 들어와줄 꺼라 믿었어. 그냥 기약 없이 기다렸지.
하지만 그렇지는 않더라. 그런 거였어. 와달라고 연락을 해야하는 거였어.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밖으로 뛰쳐 나갔어. 보름달이더라.
어차피 이런 저런 생각 들지는 않았어. 오랫동안 생각했었잖아.
그냥 바로 옆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어. 바로 나오더라. 주인은 피곤한 얼굴이었지.
늦은 시간에 죄송하단 말 따윈 하지도 않고 그냥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어.
주인은 당황했어. 하지만 이웃이니 바로 내치진 못 하고 이렇게 저렇게 둘러댔지.
안 된다는 건 나 자신이 너무도 잘 알아서 바로 잘 알았다고 하고 다시 집으로 발을 돌렸어.

그 집 문에서 걸어 나오면서는 별 생각이 안 들더라.
멍해져서는 그냥 그 집 앞에서 걸터앉아서는 달을 구경했어.
그때 달이 너무 예쁘더라. 평소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또 한편으로는 생각했지. 저것 또한 내 것만은 아니리라.
그렇게 한참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좀 길어보이더라.

집 문을 열고 들어왔어.
그렇게 혼자야.

어떻게 하든 내 선택이었지?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