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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고 먹어도 살이 안 찌네?

했던 게 한 달 전이었다면, 지금은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말했었네요.
요즘 살집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_-

아아 난 살이 안 찌는 그런 채질 같은 게 아니었어. 너무 나댄 게 문제였네.
먹는 많큼 많이 움직인 모양이다. 요즘은 수업 갔다가 와서 방 안에만 있으니까 진짜 살이 찌는 게 느껴진다.
근데 또 밖에서 나대면 살 빠지겠지…

지금은 별로 나가기도 싫고.



엄마, 아빠가 학교에 왔었다.
누나 집에서 출발 한다길래 한 한 시간은 잡히겠지 하고 28이랑 당구…
엄마가 오는 김에 내 옷 들고 온단다. 그래서 아 그거 그냥 택배로 부치지 뭘 들고 오냐고 했더만 기어이 들고 온다고 했는데.

아이고 가지고 오는 걸 깜빡했네.

엄마…

뭐 어쨌든 와서 갈비 좀 뜯었음.
지환이는 전화 와서 편지 쓰라고 하고. 아니 어제 지가 편지 썼단다.
갈비 혼자 먹어서 미안. 맛은 있더라.

편지를 쓰자 그래.

편지

다 그런 거야.

난 가끔 나중을 생각하며 스스로 무덤을 만들곤 한다.
그게 이상하면 이상할 수록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상보다 파장이 크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이런 게 나지.



개인 정비 시간에 뜯은 편지, 느끼하게 웃는 게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엄마한테서, 누나한테서 온 편지, 실실 웃는 것 같다.
부끄러워서 잘 하지도 않는 사랑한다는 말도 있다.

친구한테서 온 편지, 주소도 없다. 지도 어딨는지 모른단다.
편지는 아예 시를 써놨다.

자대 배치 받고 온 편지, 지 성격대로 예쁜 편지지 골라서 적었다.
악필이라고 항상 그러지만 글씨는 좋다. 내 글씨가 뭐가 좋다고 그러냐.

사진과 함께 온 편지, 부산 사진이다.
낄낄 고양이 귀엽네. 옆에서 선임들이 물어본다. 여자 사진은 없냐?
없는데…

진지 공사, 오가리에서 동계 작전 하고 텐트로 돌아왔을 때, 행보관님이 날 부른다.
파란 편지 봉투. 이걸 자대에서 갖고 오셨다. 이런 일도 있구나…
텐트로 돌아가니 선임들이 물어본다. 여자냐?
침낭으로 들어가 후레쉬로 본다. 진지 공사 기간이 끝날 때 쯤에는 비에 살짝 젖어 꼬질꼬질해졌다.

휴학하고 어디로 가고 싶다는 편지.
뭔 소리냐 니가 어디로 갈 꺼 같진 않은데 하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에 온 조그만 카드, 군인 아저씨라고 계속 놀린다.
참 성격 하곤. 편지라도 숨겨지지가 않는다.

정기전 팜플렛과 같이 온 노란 쪽지 편지. 뭘 이리 부끄러워 하지.
어쨌거나 이거 부치러 갈 때 표정이 생각나서 웃었다.



이게 편지냐며 꼭 지 같이 쓴 편지라는 말에 다시 답장을 보낸다.
이번에도 또 화내겠지.

A4 용지를 구했다. 펜도 구하고 가위도 구하고 풀도 구하고. 대충 그리고 자른다. 볼만하구만.
막상 쓰려고 하니 뭘 쓰지?

편지를 보내고 나서 몇 개월 뒤에 전화를 해보니 편지를 못 받았단다.
방 나갔다고 다시 또 보내라네. 안 보내…



편지는 거의 안 쓰는데, 예전에 편지 보내줄께 하고 가서는 편지지 앞에서 그냥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다 써놓고는 그냥 그대로 책상 위에 있던 적도 있고.

내가 먼저 편지를 보낸 건 처음이 아닐까.

스웰은 부푼다.

지금부터 전부다 새빨간 거짓말.


어쩐지 심심하다.
편지도 부쳐야 되는데 그냥 전역하고 다시 와서 부치자.
괜찮겠지.


아빠가 강요한 모토는 건강이었다.
가끔 겉절이로 남들 하는 건 다 해봐라, 자신감 있게 목소리 내고 살아라, 등등.

남들 하는 거 다 해보다가 술, 담배, 어쩌고 저쩌고 HG 까지.


– _-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건, 해 보니까 알겠네요.
아빠, 아빠 말이 맞았어요.

요즘 내 모토는 ‘배푼만큼 돌아온다’.
사실 머, 안 돌아와도 어쩔 수 없고. 사실 예전 어른들 하는 말 틀렸다고는 이제 말 못 하겠다.

어, 거 괜찮네.

“배푼만큼 돌아온다. 안 돌아와도 어쩔 수 없고.”

이걸로 하자.



내일이면 부대 복귀해야 되는데 별로 감흥도 없다. 사실 이등병 첫 휴가 나왔을 때는 이게 무슨 타임 머신 탄 것 마냥 시간이 슝슝 날아가던데, 겨우 4박 5일 나왔을 뿐인데 별로 한 것도 없이 알차게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부대 복귀하면 토끼 눈을 한 후임들이 담배나 뜯어 가겠지.
말년 휴가 어땠나며 맞후임은 자기 남은 날을 말하고, 내 남은 날 말하면 게임 오버.

어제 본 대학 동기들도 만나면 다 군대 얘기 합디다.
거 참,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행. 다들 다 개성 있는 부대라, 이것 저것 들으니까 재밌네요.

복학 시기도 비슷비슷 할 껀데, 이제 공부하자.



자기 앞가림 잘 하고 있는 누나 집에서 얹혀 살면서, 난 어떻게 할까 이상한 생각이 든다.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냥 자신 있게 살고 싶다.


아니, 돈이다.

아… 이런 미친. 돈인데, 돈은 신경 쓰기 싫고.
사실 나만 미친 척 잘 살면 괜찮지만, 이때까지 내 앞가림 해준 엄마 아빠 생각하면 나 혼자 잘 산다라, 과연 그건 괜찮은 걸까. 어릴 때와는 너무나 다른 고민이다. 이럴 줄 알았나, 젠장.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들어가기가 무서웠고, 고등학교에서는 대학교만 입학하면 세상만사 다 편해질 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고등학교나 대학교나 돈은 다 내 돈이 아니었다. 그 무게가, 요즘은 느껴진다.

그리 밝지만은 않은 아빠 엄마의 얼굴이 속을 울렁거리게 한다.

항상 아빠는 말한다. 니한테 투자 가치가 느껴져야 우린 투자를 한다고.
난 생각한다. 내 투자 가치가 도대체 어디서 보이는 걸까?

돈 벌 생각을 해야된다. 저 망할 돈.


아니, 다른 것보다,
One thing, at a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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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밤 왜 이래 나 스웨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