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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올려면 커피를 마셔야지.

가끔은, 아니 항상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는 내가 병신 같다. 아니 잠이 안 올려면 커피를 마시면 되지? 그냥 느낌상 그럴 꺼라고? 그렇게라도 느끼면 될 꺼 같지 않냐. 입으로는 아 안 되는데, 할 거 있는데 하면서 스르르 눕는 날 생각하니 이제는 영 꼴 뵈기 싫어서 안 되겠다. 커피? 예전 예절 교육 시간 교수님은 말씀하셨지. 커피보다는 녹차가 더 효과가 오래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그리고 그 뒤로는 녹차를 잘 마시질 않게 돼었지. 아니 뭐 딱히 교수님 말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먹다보면 속에서 잘 안 받아서. 그냥 그렇게 녹차가 좋다니 하니까 내 몸에는 안 맞으니 마시기 싫어, 그냥 그래. 언젠가 내가 사고 싶었던 앨범들을 다 사서 벽장 한 켠에 수두룩하게 꽂아놓고 오늘은 뭘 들을까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오늘은 딱 그런 고민만.

띠리리 전화가 와서 니가 언제부터 공부 했다고 하는 친구들도 수두룩 하고, 도서관 간다고 하면 놀라는 선배들도. 한 사람이 말하면 개소리, 두 사람이 말하면 레알. 사실 예전에는 부정도 하고 부정을 해봤지만 요즘은 그냥 수긍하고 만다. 아 진짜구나. 나 정말 공부 안 하는구나. 근데 너무 하기 싫어서 미쳐버릴 꺼 같을 때는 그냥 이런 저런 핑계를 머리 속으로 굴려본다. 아 이런 핑계. 오늘은 잠이 너무 오니까? 이렇게 좋은 날씨에 책 보고 있어야 돼? 이렇게 날씨 안 좋은데 그냥 안에 들어 앉아 있자. 딴 사람 핑계대면 너무 내가 비참해 보이니까 그냥 이런 걸로 만족하자. 룸메랑 술은 같이 먹는데 밥을 같이 잘 안 먹었네 그러고 보니까. 같이 사니까 어때 하면서 안부를 묻던 친구들도 이제는 별 신경 쓰질 않는다. 이제 이 정도 되면 지지고 볶고 잘 살고 있을 꺼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개학을 하면 새로운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도 막바지에 오면 그저 축축할 뿐이다. 뭘 해도 개운하지 않고, 다시 개학을 기다리고.
지금은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처음에는 여자 보컬의 목소리도, 곡 분위기도 좋지만 마지막의 고음이 거슬리는 <1994년 어느 늦은 밤>. 그래도 그 불완전함이 좋다. 어차피 완전하다는 것도 없지 않을까만. 이제 좀 있으면 고음이 나오는 부분이다. 저 여자는 필요 이상으로 힘을 줄테고 난 미간을 살짝 찡그리겠지. 찡그리다가 문득 팔을 보니 팔이 허전하다. 그래 난 귀걸이, 반지는 하지 않는다. 대신 목걸이와 팔찌를 하지. 집에 가서 엄마 옆에 뻗어 있으면 엄마가 아들 귀 뚫을까? 하지만 난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무섭잖아. 하지만 지금은 없다. 죽자 살자 끼고 다녔지만 결국 군입대 하면서 꼬마애한테 줘버렸던 노란색 <Live Strong> 팔찌도, 중학생 언젠가 껴서 빠지지 않게된 옷에서 땐, 하지만 다이빙 하다가 끊어져버린 태그. 언젠가 선물로 받았던 <G-SHOCK> 은색 시계도, 엄마가 사줬던 내 가죽 팔찌도. 다시 돌려 받았지만 그날 잃어버렸던 평생을 낄 것 같았던 내 목걸이. 그때는 몰랐다. 내가 그 팬던트 때문에 내 가방에 항상 목걸이 줄을 넣어넣고 다녔다는 걸. 그 사실을 잊어먹었다는 건 항상 후회하는 일이다. 잃어버리는 건 너무 싫다. 지금은 누나가 사준 해골이 박힌 팬던트에 체인으로 된 목걸이를 하고 있다. 사실 겨울 옷을 입을 때마다 그 팬던트가 생각나는 건 사실이지만 나쁘진 않다. 잠깐 노래 좀 바꾸고.

<Alan Hull>의 <I Hate You See You Cry>. 아까 점심 때 틀어놨더니 어제 놀러왔던 승규가 왜 삑사리를 내냐고 웃었다. 비웃다니. 조금만 좀 감상적이어봐라. 컴퓨터 앞에는 내 시간표, 사진 밀착들, 그리고 ‘La Defance’에서 찍었던 그 지리한 사진이 붙여져 있다. 참 몇 년을 본다. 결국 저 사진으로 <SAPA>에서 정기전 사진으로 냈었다. 정확히는 내고 튀었던가. 정기전이 끝나고 2년 뒤에 다시 찾으려고 했지만 사진은 없어졌다. 정원이는 암실에서 찾았다면서 지금 붙어있는 사진을 줬었다. 오늘은 수업에 가서 깨끗한 연습장을 하나 펼쳤다. 프린트 해왔던 종이는 꽉 차고 교수님은 계속 설명을 했다. 적을 공간이 없어서 연습장에 적어야 한다. 첫장이었다. ’11:59:22’라고 적었다. 이렇게 숫자를 적으면 생각나는 그림이 있다. 주저 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면서 생각했다. 이거 얼마만이지? 샤프는 별로네 볼펜으로 그릴까? 퍼뜩 수업 중이란 게 생각나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수업 시간이 5분 남짓 남았다. 교수님은 과제라며 다시 칠판에 쓰기 시작하신다. 그냥 기계적으로 그리던 연습장에 받아 적고는 강의실을 나왔다. 공대에서 나가기 전에는 나가서 담배 하나 물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나오고 나서는 잊어먹었나 보다. 집 문에서 신발을 벗을 때 생각이 다시 났다.
승규랑 집 앞의 밥집에서 밥을 먹으며 뉴스를 보고는 별 영양가 없는 정치 얘기와 저번 주에 했던 <개그 콘서트>의 군대 개그 얘기를 했다. 웃으면서도 생각나는 건 프로젝트 조원들의 웃음기 없는 얼굴들. 내 얼굴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니 그닥 기분이 좋지가 않다. 아무리 웃어봐도 세상이 삭막해 보인다. 다시 노래 좀 바꾸고.

<Cartoon Hero>. 중학생 때 명호가 이걸 꼭 사야겠다고 레코드점에 같이 같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테이프로 샀었는데. 아니 근데 바꿔야겠다. 그냥 다른 거 들어야지.
<Unplugged>. <The Corrs>의 앨범. 원곡보다는 이 라이브 앨범이 좋다. 그 현장감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처음 이 앨범 들었을 때는 그저 대학은 낭만적인 곳이었다. 아마 1학년 여름 방학 때였나, 입국 하고 나서 집에 안 내려가고 대학 다니는 누나 자취방에서 띵가띵가 놀고 있을 때, 누나 컴퓨터로는 게임도 할 수 없고, 약속이 없을 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누나랑 놀러 나가거나 나 혼자 나가서 그 대학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거였다. 어차피 나갈 때는 밤에 나가는 경우 밖에 없어서, 항상 역 지하도로 올라가서 쪽문으로 쏙 들어가면 피곤해 보이는 대학생들이 쪽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사람도 얼마 없었다. 텅 빈 것만 같은 대학의 언덕을 올라가다 중턱의 벤치에 앉아 담배 하나 물고 이걸 한 번 반복해서 듣는다. 그때는 걱정할 것도 없고 그냥 그렇게 듣는 게 기분이 좋았는데.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인 것 같아 슬프다.
그래, 그때는 10원 없어서 <이삭 토스트> 못 먹는다고 징징댈 사람도 있었는데. 이젠 싸이 BGM앨범에서 들어야겠다.
옆을 봤는데 읽다 만 책이 보이네. 다시 읽어야겠다. 이글을 읽고 있는 그 누구든,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