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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온 쪽지

부산 가는 KTX 기다리면서. Gallaxy Note.

부산 가는 KTX 기다리면서. Gallaxy Note.

싸이도 그냥 죽으려고 하진 않는구나. 들어가 보니 미니홈피도 없애려고 하는 것 같다. 예전에 블로그 서비스 나올 때는 글쎄다… 싶었는데 이건 그냥 무난하네. 뭔 쪽지가 많이 떠 있길래 또 싸이에서 뭔갈 보내줬구나, 아님 이번엔 어떤 누나들인가 해서 눌렀더니 영구 보관함이란 게 있다. 네이트온 쪽지, 기간이 지나면 지웠을 줄 알았는데 서버에 다 보관이 돼있었다.
씁쓸하고 재밌고 반가운 쪽지들, 그 날의 내가 있다. 항상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질문의 나의 대답이지만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겠지. 어찌 보면 창피한 추억이지만 나쁘지는 않다.

이십 대 참 물 흐르듯 흘러간다. 이십 대를 알차게 보내고 있냐고 물으면 그렇게 이십 대에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말해줄께요. 난 원래 이래요. 그럼 십 대는 없던 시간이었나요, 앞의 시간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간인가요. 다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쪼끔 있다.
이십 댈 너무 화려하게 포장하려는 생각들은 부질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머리로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 고민들, 나이 든다고 안 할 거 같진 않거든. 대상이 좀 바뀔 순 있어도 고민하는 건 똑같을 꺼야. 옆에서 포장해주는 건 또 몰라도 자기 스스로 이십 대니까! 하는 건 난 좀 오그라든다.

엄마의 쪽지

원래 진구에 살던 내가 해운대로 전학을 온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쯤.
그 전에는 가야의 산등성이에 있는 한 아파트에 살았다.

처음 개금에서 가야의 그 아파트로 이사 가던 날, 나는 외할머니와 그 산등성이를 올라가고 있었다.
외할머니 집에서 놀다가 엄마가 집으로 와라고 해서 난, 이사 전에 딱 한 번 가봤던 그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엄마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어딘지 알제? 외할머니 모시고 와라.”

이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올라가는 애한테면 데리러 올 법도 한데…

퍽 하니 억 하고 죽었다 이런 건가…
그냥 찾아갔음.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까이꺼… 하겠지만 당시에는 엄마의 퀘스트였음. 외할머니까지 있는데 잘못 찾으면 망한다 으악.

거기서 대충 기억나는 거라곤 계단 난간으로 미끄럼틀 타다가 내동댕이 쳐진 거나, 친구 집에서 고인돌 하는 거 신기하게 구경했던 거라거나, 자전거로 문에 박치기 해서 손이 아작난 거라거나, 이례 없이 눈이 왔을 때 산등성이 타고 썰매 탔던 거라거나, 어쨌든 뭐 그런 거. 아, 경비실 바로 옆에는 항상 우리 아빠 차 자리였다는 거. 아무도 안 댔거든 거기…

어쨌든, 중요한 건 쪽지.
엄마는 항상 쪽지를 문 손잡이 위에다가 붙여뒀다.

멘트는 항상 ‘열쇠는 경비실에…’
가끔 좀 바꿔서 ‘열쇠는 옆집에다 물어봐.’ 요런 거.

다시 내려가서 퀘스트 하나 마치고 올라와야 됨. 근데 그때 그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 났었음. 우리 집 14층인데…
집에 문 열고 들어가면 쪽지가 하나 더 있다. 신발장 바로 앞에 붙어있는데, 거긴 항상 밥을 해놨으니 먹어라, 뭐 있으니 챙겨 먹어라 이런 거.

내가 컴퓨터를 참 좋아하는 미치광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적힌 건 꼭 다 했다.
분명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는 아니었는데.

내가 갑자기 왜 이런 이상한 글을 쓰냐면, 블라인드 소리가 딱딱 들려서.
지금 난 방 창문 다 열어놓고 블라인드 쳐 놓으니 딱딱 소리가 난다.
엄마도 베란다에 블라인드를 쳐놓고 창문을 열어놓고 외출을 했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집에 블라인드 소리가 딱딱 하고 들렸었다.

쪽지가 좀 필요하다. 하다 못 해 “아침엔 아침 먹어라.” 요런 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