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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어릴 적 내 꿈은 택시 기사였다. 내가 목적지를 정할 필요도 없고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재밌어 보였겠는가. 거기다가 도착하면 돈까지 주는데.

그 뒤로 나이가 들고 들어 이젠 28살이다. 이제 주변에서는 꿈 같은 소린 안 한다. 지금 나한테 꿈을 물어 본다면 꽤 구체적이다.

어느 인적이 없진 않은 해변에 조그맣게 집을 짓고 마당이 없다면 옥상에 잔디밭을 만들고 집에 찾아오는 고양이나 개를 키울 꺼다. 지하엔 어쩌다 한번씩 쓰는 암실 하나 있고, 오디오도 좀 좋은 걸로 사서 빵빵하게 틀고 감상해야지. 밤이나 노을 때 쯤 나가서 담배나 피다 들어 오고. 그럴려면 재떨이도 있어야겠네. 집에서 나가기 귀찮아 해서 택배 아저씨도 자주 볼 꺼고, 또 한번 나가면 잘 안 들어 올테니 옆집 사람이랑 좀 친해야겠고.

여기까지 말하면 아니 그럼 뭐 하고 먹고 살 꺼냐고도 꼭 물어 보더라. 꿈 말하라며…

어쨌든 직업 자체에 대해선 뭐든 내가 확실히 잘 할 수 있는 거면 괜찮다. 그냥 그게 뭐든 그걸로 먹고 살 정도. 물론 꿈에 버무려 말한다면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거나 아님 그 지역의 회사나 어딘가를 다녀야겠지.

또 가끔 옆에서 하는 말 중에 좀 의아한 건 이거다. 너 이거 안 하면 어쩔려고 그래? 아니 그럼 딴 거 하겠죠… 뭔 공장에서 불량품 걸러내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살긴 싫다고 하면서도 조금만 다르면 불안해 하지. 그런데 지금 나도 불안하긴 불안해.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서 견뎌내는 것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