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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진 강 상병.

월요일

아 이런, 왜 이리 일찍 깨우는 거야.
근무구나.

주섬주섬 옷 주워 입고 온도계 확인 하면 영하 15도.
항상 다시 본다. 잘못 본 거 아냐?

한 시간 반 동안 떨다가, 분대장님이 다시 대신 근무 서 달라고 한다.
근무 서 주는 건 좋은데, 나보고 분대장 하라고 하진 마… 제발.
대충 라면 먹고 잘려고 누으면 다시 기상.


아 살려줘.


시덥잖은 훈련이 끝나면, 쉬자.

쉬자?
월요일이구나. 다들 활동복으로 환복해도 멍하니 전투복 입고 앉아 있다.
그래, 야학 가야지.
부대 밖으로 나가 담배 하나 피고 있으면 레토나 한 대가 온다.


야, 타.

부르릉 끼익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안녕.



수업을 시작하고 좀 있다가 애들이 책 좀 줘보라고 한다.
책 주면 뭘 열심히 적는다.
다시 돌려 받고 본다.


선생님, 이번만 제발 빨리 쉬어요.

야, 쉬자.



수업 끝나고 담배 한 대 핀다.
부대 도착하니 점호도 끝나 있다. 자리 펴고 잔다.


화요일

오늘은 야학 없는 날이구나!
훈련 끝나고 일과도 끝나고 생활관에 뻗어 있으려니 당직병, 전화 받아 보라며 온다.


상병 강승수입니다.

어 그래, 승수야. 오늘 야학 가라. 수학 강사 휴가 갔다.



어흑흑


부대 앞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려고 하니 오는 레토나 한 대.


야, 타.


멍하니 칠판 앞에 서니, 애들 신기한 듯 쳐다 본다.


선생님 수학도 해요?

아니 못 해.

선생님 학교에서 과가 뭐예요?

토목공학.

그거 수학이랑 과학 하는 과 아니예요?

맞다.

그런데 왜 선생님은 영어 가르쳐요?

영어가 가르치기 편해.

아니 그게 아니라…


수학 책을 받아 들고 멍하니 서 있다. 아, 머리야… 이거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중학교 때 수학 따위 했을 꺼 같냐? 엉?
왜 영어 가르치는 사람한테 수학 책을 쥐어 주냐고.

설명 하려니까 꼬일 꺼 같고, 에라.


야, 오늘은 문제 푼다.

선생님 모르는데 어떻게 풀어요.

풀면서 가르쳐 줄께.

모르는데…

풀자.


수요일

오늘은 갑자기 뭔 군장으로 구보를 돌아, 아 힘들어 죽겠네.
요즘은 그래도 작업이 없어서 좋네.

뭔가 홀가분 하긴 한데 뭐가 빠졌는데… 뭘까.

야학.
아… 가는 날이구나.

오늘은 나가 보니 그래도 시간이 있다.
길명 마트나 가서 담배 하나 사 온다.


야, 타.

부르릉 끼익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안녕.


가만 보자, 저번에 단어 외우라고 숙제 내줬던 거 같은데.
물어 볼까? 과연.


야, 저번에 내가 숙제 내주지 않았냐?

아뇨.

그럼 거기 별표 쳐져 있고 접어 놓은 건?

이거 아무 것도 아니예요.

전부 다 돼 있는데?

아무 것도 아니예요.

좋아, 그럼 오늘은 단어 시험이다.



목요일

오늘이야 말로 쉰다!
…였는데 오늘도 어김 없이 오는 당직병.


전화 받아봐.


불안하긴 한데, 다른 전화일 수도 있잖아?
너무 무서운 생각 하지 말라고. 세상의 불안 중에 90 퍼센트였나는 안 이뤄지는 거라잖아.
90퍼센트… 였나? 모르겠네.


상병 강승수입니다.

어, 승수야. 오늘도 가야겠다.



어흑흑


금요일

오늘은 그냥 훈련만 받으면 되겠지?
어차피 야학 자체도 없는 날이고, 훈련도 오늘은 정신 교육으로 대체 한다고 했다고.

좋아, 좋아.


강승수 상병님, 밖에 눈 옵니다.

어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