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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술 안 먹을래…


이러나저러나 나는 나고 너는 너고 뭐 그렇게 생각을 좀 한다면 사람 사는 게 좀 편하지 않을까.
아니 이렇게 생각을 해도 넌 이렇다저렇다 그런 게 없으면 또 그거대로 불편하다.

참 살기 힘들지 않소.
사람끼리라서도 좋고, 사람끼리라서도 힘들다.


그래 그건 됐고.
식었다가도 달아오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긴 좋다.
혼자 끙끙대는 것 뿐이지만 이게 무의미할 건 아니잖아.

Too drunk to dance.

이제는 어언 2년 전, 나는 Ein Harod에서 줄창 일하고 있었고,
일이 끝난 후 로드와 들판에서의 낮잠과 밤에 애들끼리 모여 술 먹고 노는 게 낙이었다.

그날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피곤했다.

한 8시쯤 됐나.
로드는 내 침대 위에서 내 배를 꾹꾹 누르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로드랑 놀다가 잤다.


Wake up, Soo!


뭐… 뭔


Wake up, Soo!


뭐고 뭐.
번쩍 눈이 떠졌다.

그러자 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건 나단의 빨간 얼굴이다.
뭐고 이놈이.


Go drink!


이런.
멍한 상태로 대충 둘러 보니 나단은 내 침대 위에서 내 귀에다가 소리를 꽥꽥 질러대고 있고,
방문 쪽에는 데이아랑 큰 형, 작은 형, 제희 형, 나미 누나,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A라고 해두자. 이름이 A로 시작했던 건 분명하다. A가 술병 하나씩 들고 실실 웃고 있다.

난 평소에 로드가 드나들 수 있게 방문을 열어 놓고 다닌다.
안 그래도 이 뜨거운 나라 통풍도 되고 좋지 머.

어쨌든 그렇게 열어둔 문이 오늘은 빛을 발했다.
어차피 닫았다고 해봤자 이놈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문을 부시고 들어올 꺼 같긴 하다만.


어쨌든 정신을 차려 보니 나단은 날 끄집어 일으켜 세워 놓고는 양 손에다가 병을 하나씩 들려주고 있었다.
한쪽은 포도주, 한쪽은 양주인가…

바깥으로 밀려나가 바깥 공기를 마시니 잠이 좀 깬다.
나가서 다시 보니 조조도 있다.

조조는 한참 취해 있다.
나한테 다시 자기 이름 좀 제대로 불러 보라고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조조라고 부르라고 한다.


We gonna go dance. Drink! We need more energy!


누가 없는데? 아 맞다. 펠릭스는 이제 없지.
윌슨 형도 없다. 윌슨 형은 이런 자리를 좀 싫어한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데이아와 조조가 팔장을 끼고 마을 밑으로 스텝을 밟으며 뛰어 내려간다.
나머지는 그 뒤를 따라 걸어간다.

데이아가 뛰는 게 너무 웃기다. 아니 귀엽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꺼 같다.
옆에서 작은 형이 한 마디 한다.


펠릭스가 없으니 이 모양이지…


그런가? 하며 저 둘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실컷 웃었다.


데이아와 조조만 따라 가다가 보니 이놈들이 진짜 취했나 목장이 클럽이라며 우겨댄다.
하는 수 없이 나단이 다시 끌고 간 곳은 나무 공장이었다.

나단도 취했나?

들어가보니 나무 공장이 아니었다.
나무들은 어디론가 다 치워버리고, 귀청이 터질 듯한 음악에, 스테이지도 있고, 정신 없는 조명에, 한 쪽에는 바가 있는 클럽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뀌어 있었다 라고는 했지만 허름 그 자체였다.

더 웃긴 건, 바에서 검은 푹 파진 드레스를 입고 서빙을 하는 사람은 타마르다.


맙소사.


타마르가 칵테일이랍시고 플라스틱 컵에 뭔가를 담아 준다.
환타에다가 보드카를 왕창 섞은 맛이다.

콜라 섞은 거보다 더 하잖아 이거…

어느새 큰 형과 작은 형, 데이아와 조조는 조명 한복판에서 이미 춤을 추고 있다.
조조가 부르고, 난 멍하게 있고, 다시 큰 형이 재촉한다.


뭐 어떻게 춤을 췄는 지는 모르겠지만, 올드 펍이랑은 영 다른 느낌이다.
공장이 갑자기 클럽으로 바뀌고 마을 사람들이 어디서 알고 왔는지 이름 모를 춤을 마구 추고 있다.

대충 추다가 조조가 완전히 춤에 정신이 팔리자 나는 구석으로 가서 타마르가 준 술을 홀짝거렸다.


누가 스윽 다가온다.
아니 이런 클럽에도 이런 놈들이 있는 거야? 나 참.


You wanna drug?


대답이야 뻔하지. 물리치고 담배 하나 문다.
그때서야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웃긴다. 이런 것도 재밌구나.

스테이지 쪽을 보니 조조는 나미 누나하테 완전히 꽂힌 것 같다.
나미 누나 앞에서 춤을 추며 떠날 줄을 모른다.
저걸 어쩌나.


사실 어떻게 됐는 지 그 뒤로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뭐 어때, 재밌는데. 생각 나면 계속 쓸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