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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적인 승수 씨

비 오니까 추적추적 소리 들으면서 멍해지네. 내 기억엔 분명히 조교님이 내일 7시에 보자고 했었는데. 아직 워드조차 켜질 않았다. 예전에도 말했던 거긴 한데, 사람들 참 하는 일 없는 것 같다. 특히 효율적인 거 강조하면서 하는 일만 하고, 빠르게만 하고. 돌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다른 관점과 얻어 걸리는 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난 내가 사는 방식에 크게 불만은 없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이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이 ‘효율적인’ 때문에 살면서 아빠랑은 참 많이 부딪혔다. 이러면 빨리 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 지금 미리 해놓으면 나중에 편하지 않느냐, 뭐 그런 거. 그럴 때마다 난 마 그냥 냅두소 내 알아서 할께 라든지, 그냥 울고는 했지. 지금은 아빠도 한 발짝 물러나서 보고 계시는 거 같다. 고맙고 또 미안하다.
아빠나 엄마 말대로 어떤 일을 미리 해놓고 나중에 논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그게 편했냐고 물으면 글쎄… 음, 그냥 비슷한 거 같다. 불편하지도, 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보상 심리가 좀 생겼던 거 같다. 미리 해놨는데 막 놀 꺼야 뭐 이런 거. 그러니 확실히 그건 되더라. 놀 땐 놀고, 할 땐 하고. 그래도 그게 꼭 좋은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중에 하다가 안 되면 어떻게 할 꺼냐는 문제도 있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봅니다.

내가 내 능력을 너무 과신하는 거 같기도 하지만, 맞다. 내 능력을 믿어야지 뭘 믿어. 사실 이런 마인드 때문에 살면서 어디 믿는 구석 있냐, 집이 엄청나게 잘 사냐는 말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빽 같은 건 전혀 없고, 집은 엄청 잘 사는 건 아니지만 그리 부족함 없이 나름 아끼며 산다.
말하고 싶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지만 너무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춰 효율적으로 변하려는 것도 힘든 일이라는 거다. 생각 조금만 바꿔보면 효율적으로든 비효율적으로든 부딪히며 사는 건 똑같다는 거 가끔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와는 별개로 일단 이거 빨리 끝내고 그냥 죽은 듯이 자고 싶은데, 빨리는 안 끝내겠지?

요즘 날씨 : 슬금슬금 비

이 동네 와서 답답해서 죽을 뻔 했는데,
비가 오니까 그래도 여기는 사람 사는 동네구나 싶다.

몇일 전 새벽에 누나랑 응급실에 갔었다.
누나가 알레르기 증상을 보여서 가까운 응급실로.

응급실에는 한 할머니가 앉아있었다.
할머니는 먼저 이것 저것 물으며 피가 부족해 수혈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혈액 두 통을 몸 속에 집어넣는데 7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게 할머니는 이 응급실에 앉아서 어떤 사람을 봤을까.

벽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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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비가 오면 언제라도 맞으며 들어주마.
나에겐 이천오백원으로 빵빵해진 주머니와 가방 안에 들어있는 CDP와 여분의 앨범들이 있다.
망설일 것도 없고, 배가 고플 이유도 없다.

유난히 눈이 반짝반짝하고 빛났던 얼굴,
수줍은 듯 쥐고 있던 손,
화려한 조명 뒤 그늘,
그런데 눈이 빛나네, 신기하다.

하하, 기분 좋구나.
다 잊어버린 거 같다.

똑, 똑, 똑.

빗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
귀는 즐거운데 우울하다.

지금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그 기억들은 다 잊고,
찌짐에 막걸리 먹고 싶다.

깨어 있고 싶다고, 자고 싶지가 않다.

비 맞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