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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uthful of water

갈릴리 호수 주변을 여행 중, 가버나움, 베드로 교회 등 몇 교회를 돌아다니다가 하이파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타러 한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섰다.

하이파에서 가버나움까지 걸어갔던 나는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이 헉헉대고 있었다.
가버나움과 하이파 사이는 갈릴리 호수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도로 밖에 없다. 한 시간이고 나는 혼자 버스를 기다리며 히치 하이킹도 시도해봤지만 그 날따라 좀처럼 차가 잘 잡히질 않았다.
그러면서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가버나움 쪽에서 나온 한 차에서 한 여자가 정류장 근처에서 내렸다. 히치 하이킹을 해서 버스 정류장까지 탄 모양이다. 차는 반대쪽으로 간다.

그 여자는 그대로 걸어서 나 혼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왔다.
조그만 금발의 여자다. 먼저 히브리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Sorry, I’m not Israeli.”

웃으며 다시 묻는다.

“You’re waiting for something bus, right?”
“Yeah, but any bus does not have come here about… for an hour.”
“Really? hm…”

그리고 그 여자는 핸드폰을 꺼내며 이것저것 만진다.

“I can check the time table of the bus coming here.”
“Wow, thank you.”

한참 만져 보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Maybe the bus you’re waiting for is already gone, and is not coming anymore.”
“Ah.”

아, 멍해진다.
안 그래도 목 마르고 걸어갈 힘도 없는데, 올 때는 어떻게 왔던 건지 모르겠다.
여자가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무래도 동양인은 좀 낯선 모양이다.
나는 한국인이고 이스라엘에 여행하러 왔다는 둥, 그 여자도 여기 놀러 왔는데 이제 예루살렘으로 가는 중이라는 둥, 얘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얘기가 끊겼다.

여자가 매고 있던 가방을 연다.
물이랑 샐러드가 있다. 내 눈이 돌아간다.
그래도 꾹 참고 가만히 있었다.
여자는 나를 힐끗 보더니 내가 헐떡대는 걸 본 눈치다.

“Do you want some?”

냅따 들이킬까 참을까 고민하며 대답을 못 하는 나에게 그 여자는 웃으며 그냥 물을 나에게 준다.

“Thank you.”

목에다가 몇 모금 들이킨다.
아 살만하다. 이제 내 얼굴에 생기가 돈다.

그 여자는 웃으며 꺼낸 샐러드를 먹었다.

샐러드를 다 먹을 때쯤, 나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 하나를 꺼냈다.

“Can I smoke right here?”
“Sure.”
“Are you a smoker?”
“No-oh.”

몇 모금 빨고 나니 살만하다.
그 여자가 샐러드를 다 먹고 가방에 넣고 나니 잠시 후에 택시 하나가 정류장 옆에 선다.
또 히브리어다.

여자가 듣더니 나보고 좀 가까이 가서 얘기 해보란다. 티베리아스 가는 택시란다.

“Tiberias!”

택시 기사가 외친다. 안을 보니 아랍계 남자, 여자가 동승하고 있다.

“How much is it?”
“10 shekel!”

오우, 티베리아스 버스 터미널에서 부르던 택시 값보다 훨씬 싸다.
냉큼 정류장으로 돌아가서는 짐을 들며 여자에게 말한다.

“I’m going now.”
“OK, bye.”
“Bye.”

그냥 그 때 마셨던 그 물이 오늘 밤에 좀 아쉽다.
또 아쉬운 건 그 고마운 여자의 사진이 있던 필름이 없다는 것.